150억 광년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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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자유를 얻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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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현인들의 대화를 들을  때면 그의 새까만 눈동자속으로 그림자가 흘러들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싯다르타는 현인들의 대화에 참여하였고, 고빈다와 더불어 논쟁술을 익혔으며, 고빈다와 함께 깊이 숙고하는  기술과 침잠하는 자세를 익혔다. 이미 그는 말 중의 말인 옴을 소리내지 않고 발할 수가 있었으니, 연혼을 한군데에 모으고  명석하게 사고하는 정신의  광채로 이마를 둘러싸게  한채, 숨을 들이쉴 때에는  소리내지 않고 자신의 안쪽에  대고 말할 수 있었고,  숨을 내쉴 때면 소리내지 않고 자신의 바깥쪽으로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벌써 그는 자기 존재의 내면 속에  삼라만상과 하나이자 불멸의 존재인  아트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가르치는 것을 잘  깨우치고 지식욕에 불타는 아들에 대한 기쁨이 치솟아올랐으니, 그는 아들이 위대한 현인이자 사제로, 바라문들 중에서 우두 머리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의 어머니의 가슴속에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날씬한 두 다리로 자신만만하게 걸으며 예의를 완벽하게  갖추고 자기에게 인사를 올리는 강하고 아름다운 아들 싯다르타가  늠름하게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들이  앉거나 일어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환희가 샘솟았다.
   바라문의 젊은 딸들의 심장속에는, 싯다르타가 반짝반짝  빛나는 이마와 왕 같은 눈매, 늘씬한 허리를 뽐내며  도시의 이 거리 저 거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사랑의 감정이 용솟음쳤다.   하지만 누구보다 더 그를 사랑한 사람은 그의 친구이자 바라문의 아들인 고빈다였다. 그는 싯다르타의 눈매와 고운 목소리를 사랑했으며, 그는 싯다르타의 걸음걸이와 완벽하게 예의를  갖춘 행동거지를 사랑하였으며, 그는  싯다르타가 말하고 행한 모든 것을 사랑하였다. 그리고 그가  가장 많이 사랑한 것은 무엇보다도 싯다르타의  정신, 고매하고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상, 불타는  듯한 의지, 그리고 드높은 소명감이었다. 고빈다는, 싯다르타가  결코 평범한 바라문이나, 형편없이 썩어빠진 제사관, 주문이  적힌 부적을 갖고 다니는 탐욕스런 장사꾼, 또는 겉만 그럴싸하고 속은 텅 비어 있는  변설가나, 사악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는 사제, 그리고 수많은 양떼  사이에 있는 그저 순하고 미련한 한  마리의 양이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 고빈다 역시 그런  존재, 허다한 그런 바라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훌륭한  인간인 싯다르타를 따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만약  싯다르타가 언젠가 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만약 싯다르타가 언젠가  몸에서 찬연히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된다면, 고빈다는 친구로서, 동반자로서, 하인으로서, 그이 참을 들고 다니는 호위병으로서, 그림자로서 그를 뒤따르고자 하였다.
  이렇듯 모두가 싯다르타를  사랑하였다. 모든 사람에게 그는 기쁨을 주었으며, 모든 사람에게 그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었다.   그렇지만 싯다르타 자신은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하였으며 스스로에게
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지도 못하였다. 무화과나무 정원에 나 있는  장밋빛 길을 걸을 때나, 깊은  생각에 잠겨 수풀 속의 푸른 그늘  속에 앉아 있을 때, 날마다 속죄를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씻어내릴 때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모든 사람들의 기쁨이 되어 예의  바르고 품위 있는 몸가짐으로 녹음이 우거진 망고나무 수풀에서 제사를 드릴 때에도 정작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꿈들과 끊임없는 생각들이 강의  물결로부터 흘러들어 왔고, 밤하늘의  별들로부터 반짝반짝 빛을 내며 왔고,  태양의 빛으로부터 녹아 내려왔다. 꿈들과 영혼의 불안함이 그에게, 제사를  올릴 때 연기처럼 무럭무럭  피어오르며 다가왔고, 리그 베다의 시구로부터 풍겨왔으며, 늙은 바라문들의  가르침으로부터 방울방울 떨어지며 다가왔다.girl.jpg